감천선교교회 채광수 목사
지난 주일저녁(2월23일)에는 인문학연구소 공감(김광영 목사)에서 개최한 제 1 회 영화콘서트 “1번가의 기적”을 관람하고 왔다.
주일 오후예배를 마치고 일찌감치 출발하여 화성가스 정류장에서 ‘물만골’ 종점으로 가는 마을버스 1번을 기다리다 깜박 한 눈을 파는 바람에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20분을 기다려 마을버스를 타고 겨우 행사 시작 시간인 저녁 6시 정각에 도착 하였다.
영화를 상영하는 ‘물만골 문화센터’ 입구는 김외숙 사단의 봉사자들이 점령을 하여 팝콘 튀기는 소리와 김밥 나누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고, 마을주민과 독서캠프 식구들, 둥지에서 온 학생들로 인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타를 들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그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를 열창하며 좌중을 이끄는 김광영 목사의 선 깊은 얼굴을 보면서 인문학을 기독교에 접목해 보려고 몸부림치는 외로운 광인을 보는 듯하였다.
늦게 도착해 봉사자들이 차려준 쟁반에 김밥과 따뜻한 차와 팝콘을 받아들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필자를 보고 편하게 먹으라고 자신의 테이블을 양보해 준 건작비 목사님의 사랑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미안함은 어느새 훈훈한 열기에 취해 가고 있었다.
영화 “1번가의 기적”은 종종 명절 때 상영해 주었던 작품이지만 주 배경이 ‘물만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철거를 여러 번 겪었다던 물만골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던 곳의 익숙한 배경이 영화장면에 나올 때 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좋아한다.
영화가 끝나고 감상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영화상영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던 둥지에서 온 한 중학교 여학생은 영화를 보는 동안 그동안 가지고 있던 보호 학생이라는 굴레에 대한 치유를 받았다고 소감을 밝힌다.
코미디영화였지만 리얼리즘의 사실적 표현으로 어쩌면 지공대사(65세 지하철 승차 무료)가 된 우리 세대들도 그동안 잊고 있었던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경험했던 철거와 개발이라는 양면의 삶의 과정 속에서 가슴속 깊이 감추어져 있었던 서러움의 내상을 치료받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늦은 시간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목사이기 전에 인간 김광영의 인문학 세계를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시간이었다고 본다.
인간됨의 하나하나가 이렇게 세워지고 만들어 진다는 것을 목도하면서 인문학의 위대함을 새삼 느껴보는 그런 시간 이었다.
영화평론가 방정민 작가의 마지막 해설이 새로운 마음을 일으킨다.
“이 영화는 재개발 구역의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1번가에 나타난 건달 필제(임창정)를 중심으로 전개가 됩니다. 필제는 극악무도한 방법을 사용하여 강제로 주민을 내보내려는 마음을 먹고 마을에 들어왔지만 마을 아이들의 순박함과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동양챔피언의 꿈을 이루려고 하는 순박한 마을 복서 명란(하지원)을 마주치면서 계획이 어긋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조폭 코미디, 철거민을 다루는 사회문제, 권투를 다루는 스포츠가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는 구성이지만 우리 삶에 대해, 웃음과 울음, 가난에서 오는 서러움,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피어나는 천진난만한 인간애를 그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영화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39章에 나오는 한자성어(漢字成語)로 마무리를 한다.
귀이천위본(貴以賤爲本), 고이하위기(高以下爲基)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발판으로 삼는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이 이제 점점 맹수들이 득실거리는 정글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교회는 성서에서 말하는 사자와 양이 뛰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